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이호영 교수는 26일 “세포배양 및 생체 내 실험을 통해 인삼과 홍삼의 파낙시놀(panaxynol) 성분이 열충격단백질인 Hsp90(heat shock protein 90)을 억제해 폐암 세포 및 폐암 줄기세포를 차단하는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홍삼의 사포닌 성분이 아닌 폴리아세틸렌계 화합물인 파낙시놀 성분이 항암에 직접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면역력 등에서 효과가 인정된 홍삼 성분은 사포닌이었다.
이호영 교수는 이날 열린 고려인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홍삼의 파낙시놀 성분, 폐암 예방 및 치료에 효과’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논문은 종양학 국제학술지 ‘Cancer Letters’ 최근호(2018년 1월)에도 게재됐다.
폐암은 국내 암환자 사망원인 1위에 올라 있다. 통계청의 2016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암 사망률은 폐암(35.1명), 간암(21.5명), 대장암(16.5명), 위암(16.2명), 췌장암(11.0명) 등의 순이다. 암 완치를 판단하는 암환자의 5년 생존율도 26.7%로 췌장암(10.8%) 다음으로 낮다.
폐암의 사망률이 높은 것은 증상이 거의 없어 대부분의 환자가 전이가 진행된 3기 이상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조기 발견된 폐암에 대해서는 절제 수술을 시도하지만, 말기 환자들은 여러 항암 요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해도 내성으로 인한 치료효과 저하와 그에 따른 암 재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호영 교수팀은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한 형질전환 실험쥐와 폐암세포를 이식한 쥐를 이용해 홍삼의 파낙시놀 성분이 발암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폐암 생성은 물론 폐암 세포이식으로 만들어진 종양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확인했다.
홍삼의 파낙시놀 성분은 폐암 줄기세포와 폐암 세포가 스스로 죽게 만들 뿐 아니라, nM(나노몰랄농도) 수준의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암 줄기세포의 형성 및 Oct4, Nanog, Sox2와 같은 암 줄기세포 마커의 발현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다양한 정상세포에는 독성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팀은 폐암의 항암제 내성 및 악성화를 매개하는 인자로 암 줄기세포가 꼽히고 있는 점에 착안, 이를 제거하고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홍삼의 파낙시놀 성분이 항암에 직접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점을 최초로 규명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홍삼이 면역력 증진 및 피로도 개선을 통한 항암치료 보조효과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천연물인 홍삼을 이용해,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항암 요법 개발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의약품 생산 가능성을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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